
'악튜러스'는 국내의 유명 게임 메이커 손노리에서 2000년도에 내놓은 RPG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디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캐릭터는 2D, 배경은 3D로 처리한 미려한 그래픽과 공을 들인 사운드로 무장한 악튜러스는 2000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RPG 게임은 보통 외길 RPG와 정통 RPG로 나눌 수 있다. 정통 RPG가 자신의 캐릭터와 일체감을 가지고 그 캐릭터를 Role(연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외길 RPG는 이야기 구성의 탄탄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악튜러스는 외길 방식의 RPG에 속한다.
'악튜러스'의 이야기는 서장, 2장, 3장, 종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주인공인 시즈를 중심으로 엘류어드, 아이, 셀린, 마리아 등의 여러 등장 인물이 사건을 진행시킨다. 서장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 손노리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펼쳐집니다만 1장 후반부부터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서장, 1장의 진행은 신속하게 전개되지만 아쉽게도 2장 부터는 게임의 호흡이 길어져 버린다. 불필요한 레벨 올리기가 필요할 경우가 있고, 때로는 다음에 가야 될 장소를 명확하게 알려 주지 않아 지도의 사방을 들추고 다녀야 된다. 그러다 보면 이벤트 사이의 공백이 길어져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악튜러스'의 이야기는 얼핏 보기에 스케일이 크고 많은 수수께끼와 암시가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악튜러스'의 이야기는 실감 나게 다가오지 않았다. 1장의 개그는 게임을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2장 부터의 어두운 세계관과 사건은 게임 속에서 몇 번이고 보여지지만, 플레이어와는 동떨어진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것 같이 느껴진다. 사람이 배가 고파 인육을 먹고, 흑사병에 걸려 죽어가며,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내려도 플레이어와 게임 세계 사이에는 거리감이 가득하다. 게임의 악역들은 거창하게 신을 찬양하고 감추어진 비밀을 폭로하지만 이것들 역시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이런 단절감의 이유는 3등신 캐릭터와 밝은 색감이 어두운 분위기와 맞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시나리오 상에서 그 세계의 분위기 - 플레이어가 직접 접하고 느낄 수 있는 공기 - 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장대한 시나리오로 유명한 PS의 '제노기어스'를 보더라도 3등신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지만 시나리오와 대사, 그리고 연출로 플레이어를 충분히 공감시킬 수 있었다. 차라리 전투와 길 찾기로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보다는 이벤트와 대사 분량을 늘리는데 신경을 기울였다면 더욱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시나리오에서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과 서브 캐릭터의 묘사가 부족한 점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다. (교황 비욘스트롬, 오성왕, 엘류어드의 동생, 리노아, 슈등등..)
지금까지 단점을 늘어 놓았지만 '악튜러스'는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유머와 재치를 보고 웃기도 하고,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해서 서둘러 게임을 진행한 적도 있었으며, 마리아와 엘류어드, 시즈와 셀린, 아이의 관계를 지켜보며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악튜러스'는 여러 캐릭터들의 에피소드가 모여 자연스럽게 큰 줄기로 합쳐진다. 서브 캐릭터의 세부 묘사가 떨어지는 점은 있지만 메인 캐릭터의 개성이나 인물 묘사는 잘 되어 있다. 여기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사운드 트랙이 합쳐져 게임 속 세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도록 도와준다. (오죽하면 사운드 트랙으로 인해 게임 CD가 6장이 되었을까.)

'악튜러스'는 국내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간단한 전투 시스템, 3D에 2D를 섞은 그래픽, 구성이 방대한 시나리오, 수준 높은 음악에 이르기까지... (덤으로 피터 정이 제작한 오프닝도 있다.) 이런 장점을 볼 적마다 개발 노하우 부족으로 보이는 밸런스 문제 - 전투 노가다 같은 - 와 복잡한 맵 디자인, 이벤트와 대사의 부족으로 인한 시나리오 설득력 저하, 자잘한 버그 등의 단점이 아쉽다. 이런 부분이 조금만 보완되었다면 정말 최고의 RPG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악튜러스'는 잘 만들어졌고 재미있는 RPG 게임이다. 단점을 꽤 많이 쓰기는 했지만 이건 제가 이 게임을 아끼는 마음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아 시즈와 마리아의 모험에 동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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