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스캔들 by 키삭

스캔들. PS2로 등장한 야루 드라마 시리즈로는 최초의 작품이다. 참고로 PS의 '더블 캐스트', '계절을 안고서', '산파기타', '설앵화'가 이 야루 드라마 시리즈였다. (이 PS 작품 4개를 하나의 디스크에 담아 PSP로 이식한다고 들었다.)

이어지는 내용

야루(やる)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야루 드라마에 맞는 뜻으로는 '행하다, 하다'일 것 같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드라마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제작자의 부연 설명이 그럴 듯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야루 드라마'라고 이름은 붙여 놓았지만 게임의 기본 틀은 기타 사운드 노벨 류의 어드벤쳐하고 다를게 없어 보인다. 사운드 노벨 역시 화면에 나오는 글을 읽으며 분기점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하고 다음 내용을 보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야루 드라마라고 고유의 이름을 붙여 놓았으니 무언가 다른 부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게임 진행을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즉, 사운드 노벨의 텍스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소니의 지원 아래에 만들어 예산의 여유가 있었는지, 성우와 작화에 유명 스텝을 기용해 업계와 유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런 시도는 적절하게 먹혀 들어 야루 드라마 시리즈의 처음 작품인 더블 캐스트와 2편, 계절을 안고서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3편인 산파기타 부터 점점 완성도가 떨어져, 산파기타와 설앵화는 그전의 야루 드라마만큼의 인기는 끌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PS2가 DVD 기능을 지원하면서 소니에서 야루 드라마의 최신작을 DVD 포맷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DVD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야루 드라마 DVD 라고 이름을 붙이기에 이른다. 그러면 야루 드라마의 진화형이라고 하며 등장한 스캔들의 완성도는 과연 어떨까?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면 스캔들은 굉장히 단점이 많은 게임이다. 그리고 어드벤쳐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치명적인 문제점이라는 것은 심각한 마이너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은 연예계 스캔들을 찍는 것이 직업인 '사키'이다. 그녀는 외국인 아티스트 '질 사우져'가 국내에 몰래 입국해 연인과 밀회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스캔들을 기사화하기 위해 질이 참석한다는 파티장으로 향한다. 사키는 몰래 질과 연인의 밀회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하지만, 갑자기 수수께끼의 범죄 조직에서 그녀를 노리며 필름을 넘겨 달라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사키는 아슬아슬 하게 위기 상황을 모면하며 범죄 조직이 노리는 필름의 비밀을 찾으려 하지만, 룸메이트인 노조미가 살해되고,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에게까지 쫓기게 된다. 그런 그녀를 돕는 두 남자, 카가미와 료우. 과연 그녀는 무죄를 증명하고 사진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인가.

사키 키타자와

대강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위와 같다. 중간의 분기에 의해 료우와 카가미 중 한 명과 맺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스토리에는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우선 스토리가 너무 전형적이다 보니 약간 맥이 빠져 버린다. 사진을 찍었는데 무슨 조직의 비밀 장면이 찍혔다. 사진가는 조직의 습격을 당하고 주위의 사람들이 살해된다. 이에 분노한 사진가는 그녀를 돕는 사람과 함께 조직에 복수를 결심하고 이를 실천한다. 얼마나 흔한 스토리인가?

더구나 이런 단순한 내용에 게임의 길이 마저 짧다 보니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전개할 시간이 부족하다. 단적으로 사키와 카가미, 료우는 단지 짧은 시간동안 대화를 나눌 뿐이지만, 사키는 '카가미'나 '료우'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말이다. 이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룸메이트 노조미, 아르바이트생 켄과 사키 사이의 인물 관계도 어색한 부분이 많다. 사키와 부모간의 얽힌 사연도 도입만 그럴 듯했지 스토리에 불필요한 느낌이다. 게다가 조직의 감추어진 보스의 정체는 너무나도 의외여서 무감각하게 받아 들여질 정도이다. '너무나도 의외'라는 것은 이 경우에 있어서 결코 칭찬이 아니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복선이나 암시를 두어 범인은 저 사람이야 라고 유저가 생각을 하게 유도를 한 다음 의외의 범인과 증거를 제시했을 경우에 충격과 감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캔들의 최종 보스는 게임 내내 코빼기도 비추지않다가 말미에 나타나 '내가 보스였다.'라고 지껄이니 황당할 따름이다.

위의 단점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진행시킬려다 보니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스캔들의 근본적 한계는 그 내용 자체에 있다. 사진 안에 감추어진 비밀이라는 소재는 진부하고 흥미를 일으키기 힘들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이와 유사한 소재를 써 먹었는가. (사진, 혹은 문서등등) 그렇게 소재가 진부하다면 연출과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였어야 되지만, 그마저도 형편없다. 제작자 인터뷰를 보니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물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시나리오는 너무 구멍 투성이이며, 원래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게임 시스템은 분기점에서 제한 시간 내에 선택을 해야 되는 타임 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이 타임 록 시스템과 동영상 퀄리티의 향상만으로 야루 드라마의 진화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타임 록 시스템이야 이미 사쿠라 대전등에서 써 먹었던 것이고 동영상 퀄리티의 향상이야 좋은 하드웨어와 자본이 있으면 당연한 것이지 결코 야루 드라마라는 게임 스타일의 새로운 진화 형태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 스캔들에서는 야루 드라마의 한계만을 보여 주고 만다. 동영상으로 게임을 구성하다 보니 전체 플레이 타임을 길게 하기 어렵다. 전체 길이가 길어질수록 작하 비용은 계속 증가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플레이 타임이 짧아 지고, 많고 다양한 분기와 복잡한 이야기 전개는 기대하기 힘들어 진다. 결국 다양한 분기라고 해봤자 베드 엔딩으로 가는 길만 늘어나고 만 것이다. 35개나 되는 엔딩 중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드 엔딩을 달성율 100%라는 목표마저 없었다면 모두 보기나 했을까 싶다.

스캔들의 장점은 DVD로 만들어진 훌륭한 영상이다. 화면의 작화 퀄리티나 연출도 좋다. 긴박한 상황에서 타임 록 시스템이 갑자기 나타나 플레이어를 긴장시키는 감각도 나쁘지 않다. 프레젠트 모드의 설정 원화나 지금까지 본 엔딩 표시, 보컬송 듣기 같은 부록도 플레이어를 배려한 좋은 시도일 것이다.

간단히 정리를 해보면, 스캔들은 단순한 구성으로 인해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내용과 스타일은 한 번 보면 재미있을 화끈한 액션 영화와 비슷하다. 그리고 만약 이런 종류의 게임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플레이해 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탄탄한 구성의 액션 스릴러물을 기대하는 유저라면, 이 게임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 것이다.

PS. 후에 생기는 오마케 시나리오는 꽤 즐기면서 플레이했다. 이 시나리오들은 가벼운 개그 풍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차라리 본편도 이런 느낌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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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eedry 2005/07/28 01:25 # 삭제 답글

    사키? 사키로닐?? ㅎㅎ
  • 키삭 2005/07/28 03:27 # 답글

    패스미 패스미! 33333
  • 마사미 2005/07/30 17:18 # 답글

    아쉽게도 디스크 하나에 네 타이틀을 다 넣는 게 아니라
    각각 따로 발매를 한다는군요. 가격이 은근히 부담;;;
  • 키삭 2005/07/30 23:55 # 답글

    허걱.. 그런건가요.. 가격이 정말 부담될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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